2.환자와 사신-하제님
해질녘 노을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.
낮과 밤의 경계선이 기묘하게 벌어지는 시간.
그 경계의 너머에서 진득한 어둠이 드러난다.
"이제 그만 오라니까?"
사하가 한숨을 내뱉었다. 그러자 어둠이 일렁이며 웃음소리를 내었다.
[같이가면 올 일이 없겠지.]
어둠이 진득하게 웃었다. 그가 가는 길목을 졸졸 따라다닌다.
곧 어둠이 내려앉고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.
마치 현대의 직장인처럼 까만 양복과 까만 구두, 그리고 까만 넥타이와 까만 썬글라스를 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.
[병원복을 입고 나올 거면 차라리 안 나오는 게 낫지 않아?]
여전히 진득한 목소리가 사하의 귀를 파고든다.
"내 마음이거든?"
[나와봤자 옥상이면서.]
그것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. 한 손에는 거대한 낫을 들고 빈 손을 들어 살짝 내려간 썬글라스를 끌어올린다.
[아니면, 이대로 자살하려고?]
그것의 웃음이 진득해진다. 썬글라스 안에서 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.
"안 죽어."
[왜?]
"어차피 죽을 텐데."
난간에 매달려서 한숨을 내쉬자 그것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사하를 보았다.
[…그것참, 아쉽네.]
알수 없는 말에 사하가 뒤를 돌아보았지만 뒤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.
*
흐린 눈으로는 낮과 밤의 경계선에 놓인 노을을 보기가 힘들었다.
온통 번져서 주홍빛 물감과 밤하늘빛 물감을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것 같았다.
사하는 눈물을 뚝, 하고 흘렸다. 산소마스크로 목숨을 연맹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.
[거 봐. 나와 함께 가자고 했잖나.]
어둠이 진득하니 다가왔다. 흐린 시야에서 그것만이 뚜렷했다.
고통에 그것에게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.
[어때. 나와 함께 가겠나?]
그것이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는 손을 내밀었다. 사하는 고통에 힘겨워하면서도 입꼬리를 올렸다.
'꺼…져.'
천천히 눈을 감았다. 어둠이 몰려온다. 그것 역시 함께였다.
그것이 비웃는다. 어차피 올 것을. 손을 끌어당기고 어둠에 삼켜진다. 그 어둠 사이로 빛에 반사된 거대한 낫을 본 것 같기도 했다.
[어서오게, 사하.]
이제는 자네도 동류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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